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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 순간 차가 얼마나[복건우, 남소연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습기를 머금은 국회의 공기를 "둥둥둥" 북소리가 갈랐다.

2일 오전 햇빛으로 한나절 달궈진 외환캐피탈 아스팔트 바닥이 폭염으로 펄펄 끓었다. 하얀 민복을 입은 부모들이 국회 앞 농성장에 네 줄로 늘어섰다. 한 줄에 열댓 명씩 50명의 부모가 가로세로 3m·30m 크기의 검은 매트와 천을 바닥에 깔고 3초간 바짝 엎드렸다. 둥둥둥 북소리가 네 개의 구호를 더했다. "발달!" "장애!" "권리!" "확대!" 32도 아스팔트 위로 땀이 뚝뚝 떨어지더니 검은 천 뉴스타 을 더 새까맣게 적셨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오체투지가 11차례를 맞았다.
북소리가 열두 번 울리면 부모들은 누웠고, 다시 열두 번 울리면 일어났다. 지난 6월 16일부터 오전 11시가 되면 1시간씩 눕고 일어나길 반복한 이들의 오체투지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100배씩 누적돼 이날 1100배를 향해 갔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우리은행서민대출 아래로 가슴과 무릎과 모든 신체 부위를 땅에 던져가며 이들이 국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북소리가 국회를 둥둥 울리자, 엄마들의 이야기가 땀처럼 뚝뚝 흘렀다.

"100배까지 1배 1배, 뚜벅뚜벅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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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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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강복순(56)씨의 딸은 뇌병변·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2016년부터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에서 활동하는 강씨(현 서울지부 관악지회장)는 "그전까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제도가 하나도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활동보조 지원이 안 되는 기간이면 24시간 내내 딸의 손발이 되어줘야 했다. 식사든 취침이든 엄마와 딸의 일과는 "원 플러스 원(1+1)"이었다. 자녀의 장애를 이유로 돌봄이란 부담이 오롯이 부모에게 전가됐다.
강씨의 불안을 키운 건 "딸이 성인이 되면 돌봄의 무게가 심해지지 않을까"라는 부담감이었다. 25살 딸은 현재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다. 이용 기간(5년)이 끝나면 딸에게 필요한 주간활동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강씨는 육체를 땀으로 흠뻑 적시는 오체투지를 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24시간 지원할 수 있는 통합 돌봄이 필요하다고,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을 국가책임제로 완전히 정착시켜달라고" 강씨가 이마가 땅에 닿도록 몸을 엎드렸다.
강씨의 옆에서, 오체투지 행렬의 선두에서 김종옥(63)씨도 몸을 엎드렸다.
32살 자폐성 장애 아들을 둔 자신은 거리로 나왔지만 "나와서 싸우지도 못하는" 다른 부모들의 어려움을 공란으로 남겨둘 수 없었다. 강씨와 마찬가지로 부모연대(현 문화예술위원장)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매일 죽을 생각만 하는 부모들이 죽지 않게 붙잡으려면 우리가 그들의 울타리가 돼야 한다"라며 땅에 몸을 내려놓았다. 이번 오체투지 기간 김씨는 총 8차례, 800번의 절을 국회에 올렸다.
엄마들이 눕고 일어날 때마다 땀으로 젖은 파란 조끼가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구축', '발달장애인과 가족 권리 보장'이라는 문구를 앞뒤로 드러내며 북소리를 더했다.

"이제 30배입니다! 60배까지 하고 쉬겠습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전남 여수에서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온 문상엽(59)씨는 학령기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을 떠올렸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부터 부모들의 고민은 시작됐다. 그 고민이 하나의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내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구나." 29살 최중증 발달장애 아들을 둔 문씨는 현재 전남 지역에서 "예산 확보가 안 돼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발달장애인 10여 명이 가정에 방치된 상태"라며 "정책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최중증 장애인들이 지원을 못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금 아들의 나이 때 암 수술을 받았다는 문씨의 더 큰 걱정은 건강이었다. "제가 여러 번 수술을 받았거든요. 내가 죽고 없으면 우리 아들은 어떡하나…" 20년간 부모연대(현 여수지회장) 활동을 이어왔다는 문씨는 "법과 정책이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제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 아들이 갈 곳은 없다"라며 오체투지의 바람을 덤덤하게 말했다.
"지난 정권 때도 저희는 국회로 나왔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국회의원들은 발길조차 없었고 그저 우리끼리의 싸움이었어요. 이번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으니 기대가 있죠. 이슈가 될 때만 길바닥으로 나오는 우리의 싸움을 이젠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우리의 얘기를 직접 듣고 장애인 정책을 만들었으면 해요."

"99배,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둥둥둥…"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한 뒤 서로 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 남소연




북소리와 함께 부모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구호를 외쳤다. "자립생활 권리 보장!"(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국정과제 지정) "발달장애 예산 확대!"(발달장애 권리예산 추경 확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가족이나 개인이 아닌 국가가 장애인의 자립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추경으로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기자가 3000명이 넘는 적체 상태이지만 예산이 부족해 당장의 안정적인 시행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생 추경 처리를 위해 오는 3일 또는 4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이 설명을 보탰다.
"저희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를 확대해 달라며 상임위에서 193억 원 증액을 요구했는데 국회 예결위원장이 그걸 직권으로 수정해 309억 원으로 올렸어요. 이제 예결위 전체회의와 소위원회에서 확정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이 최종 통과되는 거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임기근 기획재정부 차관에게 이 문제를 질의했다. 고 의원은 "지금 밖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라며 "국가 돌봄 지원이 필요한 성인 발달장애인이 8만 명쯤 되는데 그중 주간활동서비스는 1만 2000명에게 시행되고 있다. 8만 명을 다 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 서비스를 대기하는 2797명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국회의장 방에서 문을 열면 북소리가 나서" 닷새 전(6월 27일) 농성장을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번 추경에서 주간활동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겠다"라고 약속했지만 부모들은 안심하지 않고 계속 땅으로 몸을 던졌다. 농성장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국회 본청 앞에서도 북소리와 구호가 들렸다. 이곳 본청에서 추경이 처리되는 날까지 오체투지는 매일 오전 계속된다.
"100배! 폭염에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부모들이 포옹을 나누며 이마로 뚝뚝 떨어지는 서로의 땀을 닦았다. 젖은 민복 안으로 휴대용 선풍기를 쐬거나 머리에 생수를 부어서 열기를 털어냈다. 부모들의 바람을 담은 국회를 이번엔 오체투지를 마무리하는 "둥둥둥" 북소리가 갈랐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한 뒤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남소연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과 권리 확대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한 뒤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